안갯속 사람들
2024-09-09 음성뉴스
맥없이 구부정한 어깨를 들썩이며
채 밝지 않은 어스름 골목을 빠져나오는
덜 깬 발걸음 들
배고픔의 잘록한 허리춤을 끌어올리며
이곳저곳 살피는 불안한 시선
몸 둘 곳 마음 둘 곳 없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만지작거렸던가
어디를 향해 늘 잰걸음이었나
꺾이고 잘린 아픔과 설움
흐릿한 그림자 덮는
시린 바람 소리
한 날 또 한 날의 삶이 저려
절름거리며 내딛는
움츠린 작업화 위를
말갛게 벗어진 햇살이 다가와
잠시 멈췄다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