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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문

행복의 뜨락

2012-02-28     한기연

아침부터 안절부절 못하고 애꿎은 전화기만 만지작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번호를 눌렀다.그런데 아쉽게도 고객의 사정으로 통화불능이다.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다문화센터에 수업을 하러 가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녀를 꼭 만나서 어제일을 사과하고 싶었는데 연락도 되지 않아 불안하고 혹시 상처받지는 않았는지 어젯밤내내 뒤척이며 조바심을 냈다. 어제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그녀는 아침에 있었던 안 좋았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나를 믿고 편하게 이야기를 했을텐데 나는 아무 생각없이 비밀을 지켜주지 못했다. 하반기 사회통합한국어수업을 함께 하게 된 그녀는 배우기를 좋아하여 센터에서 하는 커피바리스타, 포크아트 등 모든 프로그램에 열정적이고 한국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수업을 함께 하면서 나는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보이는 감정에 함께 기뻐하고 슬픔을 나누며 소통의 문을 넓혀 나갔다. 그렇게 나를 향해 마음의 문을 살짝 열기 시작한 그녀가 빗장을 걸을까봐 겁이 났다.

음성에 다문화센터가 시작되면서부터 결혼이주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들의 이름을 알아듣는 것 조차 어려웠고 단순히 한국어만 가르치기에 급급했다. 그들과 부딪히면서 그들에게는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사람사는 세상은 다 똑같이 시댁과의 갈등, 남편과의 의견차 등 어려운 고비를 겪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삶의 보편성을 알려주고 함께 공감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 뒤로 나는 그들의 인생선배로 따뜻하게 손이라도 잡고 등이라도 토닥여주며 소통하는 것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겼다.

그동안 함께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던 맑은 눈빛의 그녀들이 있었기에 가르치는 것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지금 수업을 받는 학생 중 한 친구는 지난주에 건강한 아들을 낳은 후 사진까지 보내면서 문자를 제법 잘 보낸다.

그리고 한 친구는 임신한 몸으로 매일 빠짐없이 수업을 받으러 오는데 다행히도 수업이 끝난 내년 1월이 산달이라며 해맑게 웃는다.

또한 아기를 데리고 추운날씨에 오는 친구는 수업에 늦는 날이면 미안한 표정을 드러낸다. 나이 드신 한 어머님은 수업하는 날만 빼고 다른 날은 일용직으로 일을 나가시고 매일 배워도 매일 잊어버린다면서도 가르쳐주는대로 열심히 따라하신다.

이렇게 그들은 나를 향해 아니 한국사회를 향해 비밀로 채워진 자신만의 문을 세상을 향해 빼꼼히 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서둘지 않고 조금씩 빗장풀린 문으로 들어서고 싶다.그녀의 문도 열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