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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친구들과 짧은 하루

행복의 뜨락

2012-06-01     이재선

구름이 좋다. 특히 가을하늘의 뭉게구름이 좋다. 구름처럼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여행가가 되고도 싶었다. 가끔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나들이 할 때는 구름이 된 듯 설렌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약간의 구름이 떠있는 기분 좋은 날에 장애인 복지관 재활 학생들과 견학을 가게 되었다.

경기도에 있는 킨텍스 우주 탐험 전을 체험하러가는 학생들도 소풍가듯 시끌벅적하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설렘의 농도가 옅어진다는 것이라 했다. 이렇게 어디든 떠나기만 해도 좋은 것을 보면 아직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듯해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우리 일행은 목적지인 킨텍스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한 학생만 버스에 오르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친구가 자신을 만나러 온다고 했는데 도착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단체생활에서 개인의 사정을 많이 배려 할 수 없어 아쉽지만 버스는 출발했다.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떠나는 서운한 마음이 얼굴에 씌어있어 보는 사람도 안쓰러웠다. 식당에서 킨텍스는 멀지않았다. 대형 플랜카드가 우리를 환영하듯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환호하며 우리는 초등학생처럼 인솔자선생님의 말씀에 대답을 하며 버스에서 내려 줄을 섰다. 그때 조금 전 그 학생이 만나기로 한 친구내외가 와있었다. 식당으로 가보니 버스가 출발한 뒤라 목적지인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한 듯 둘은 포옹을 하고 서로의 등을 쓸어주었다. 교통사고 후 장애를 입은 그 친구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한다. 결혼 전 같은 직장 친구인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였는데 교통사고 후 소식을 끊고 지내다 만났다는 그들은 서로를 놓지 못했다.

우리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감상하듯 함께 눈시울을 적시며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예쁘고 아름다음을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꽃을 이야기한다. 어느 가수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열창하는 모습 앞에 두 사람이 내 눈에 함께 들어온다. 감동이란 생명력이 있을 때 곱이 될 수 있음을 배운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돌아갔다. 우주 탐험 전을 체험하면서도 조금 전 일들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돈다. 짧은 만남을 위해 영업 중인 식당 문을 닫고 달려온 그 재활생의 친구는 진정 사랑을 알고만 있는 게 아니라 실천할 줄 아는 사람 같았다.

장애를 입어 힘들 때 내게도 달려올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좋은 것 을 사 면 꼭 두 개를 사서 내게 하나를 준다. 어느 해인가 옥장판이 유행하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사용해 보니 좋았다며 선물로 보냈다. 자기 물건도 좋아 보인다고 말하면 서슴없이 내준다. 형제가 아닌 남남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다고 주위에서 부러워한다.

나 또한 그 친구에게 귀한 게 생기면 주고 싶다. 조금 전 재활 생 친구와 내 친구가 겹쳐 떠오르니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듯 포만감이 느껴진다. 장애인복지관 식구들과의 만남은 내게 있어 소중한 인연이다.처음에는 서먹하고 낯설었지만 지금은 반갑게 인사하며 지낸다.

우주 탐험 전도 조금 힘이 들었지만 서로 붙들어 주고 웃으며 안아주었다. 캄캄한 밤을 재현한 극장에서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보다 그들의 눈망울이 더 빛나보였다. 어린이들이 체험하는 곳이라 크게 신비로운 것은 없었지만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하루가 짧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장애를 극복하고 옆 친구를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애쓰는, 복지관 식구들과 현장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뭉게구름이 떠있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아직 하늘에 떠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