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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영웅을 기다리며

기고문

2015-06-11     음성뉴스

지난 해 영화 「명량」이 누적관객 1,700만 명을 동원,「아바타」의 이전 기록을 갱신하며 역대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렸다.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해남과 진도일원에서 펼쳐진 ‘명량대첩축제’가 이전보다 한층 더 활기를 띠고 진도타워와 울둘목이 있는 우수영관광지에 예년보다 2~3배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등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열풍이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도 충무공의 일대기나 임진왜란 시 그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는 적지 않았으나 오늘의 「명량」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인구에 회자되었던 적은 없었다.

「명량」의 이 뜬금없는 성공의 원인은 무엇일까? 평론가들은 대체로 영화의 재미나 퀄리티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부재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관객들은 417년 만에 스크린에서 부활한 불세출의 영웅적 리더를 통해 잠시 국민적 통합의 황홀한 일체감을 맛보고 이순신 장군 같은 리더가 지금 우리 곁에 없음을 한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우리사회의 리더십 부재와 사회갈등을 몇몇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료들의 역량부족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한 책임전가일 수 있다. 훌륭한 리더를 선출하기 위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노력했었는지 되짚어봐야만 한다.

오늘의 정치현실은 바로 어제 우리가 치른 선거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투표율부터 살펴보자.
불과 한 달 보름 전 치른 4.29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36%였다. 민망하기 그지없다.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OECD 국가의 평균투표율인 70%에 한참 못 미치는 50%대에 머문다.

2명의 후보자가 나섰다고 가정할 때 과반인 25%, 유권자 4분의1의 지지만으로도 당선이 가능하다. 대표성의 심각한 훼손으로 지역사회 통합에 힘이 실릴 리 없다.

또한 영호남으로 갈라진 지역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투표행태도 큰 문제다. 리더를 뽑는 선거에서 성품이나 자질이 아닌 출신지역을 선택기준의 제일 앞에 두고 있다. 지역연고만이 아니다. 이런 저런 연(緣)을 벗어난 다른 후보자는 애초부터 관심권 밖이다.

사정이 이러니 지금 우리 곁에 사회적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리더가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이렇듯 저조한 투표참여도와 막무가내 연고타령으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은 OECD 27개국 중 사회갈등수준이 두 번째로 높은 국가적 오명 속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명량」의 이순신은 말한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忠을 좇아야 한다. 忠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말이 아닌 실천으로 국민을 바라고 국민에게 충성하기를 바란다면 투표가 최선이다.

투표장에 가지 않은 사람은 그들에게 전혀 두려움의 대상도 정책적 고려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영남과 호남이 갈리고 여야의 대립구도 속에 같은 정당 내에서조차 계파갈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지금의 형국이 마치 최초로 동서분당을 낳고 분열과 반목으로 급기야 외침까지 초래한 선조(宣祖)대의 위기상황을 연상케 한다.

광복 70년을 맞은 올해, 6월 호국보훈의 달의 주제는 “호국정신으로 갈등과 분열을 넘어 미래로 통일로”이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투표권이 대한민국의 갈등을 뚫는 화살이 되고, 분열을 베는 칼이 되고, 통합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하여 잠시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 시대의 영웅은 투표하는 국민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