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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궁뎅이 버섯
노루궁뎅이 버섯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2.04.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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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이정희 수필가.

이름 한 번 잘 지었다. 별다른 뜻도 없이 노루궁뎅이 같다고 덜렁 노루궁뎅이 버섯이란다. 누가 처음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나 감성이 풍부한 사람일 게다. 노루궁둥이도 아닌 익살스럽게 노루궁뎅이라고 덜컥, 이름만 붙여 놓았을 뿐 그 이상 비약하지 않은 것도 별나다.

친구들과 팬션에 묵던 날 회원 한 사람이 그 버섯을 가져 왔다. 상자에 가지런히 담겨 있는 걸 보니 노루 궁둥이 빛깔과 여전하다. 이 짝 저 짝 뒤집었을 때는 껍질을 저며 놓은 배와 똑 닮았다. 굽기 위해 뜯어 놓은 것을 보면 천연 해오라비 날개다. 희다 못해 푸르스름한 기운은 날개를 펼치면서 날아들던 해사한 분위기를 닮았다.

해오라비 난초가 떠오른다. 까슬까슬한 난초 잎 가장자리가 모 심기 전 나래질을 하고 쓰레질할 때 모여들던 히야로비 날개 그대로라면 잘게 찢어놓은 노루궁뎅이 버섯은 해오라비 난초 잎 그대로였다. 새하얀 밍크 코트의 질감과도 흡사했다. 그만치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이다.

깊은 숲속에서 청정한 이슬을 받아먹고 자란 것은 아닌지. 어둡고 때로 적막한 곳이지만 뽀얗게 빛나는 살피듬을 보면 얼마나 잔잔한 행복을 누렸을지 상상이 간다. 싱그러운 숲속에서 밤이면 별을 보고 하루하루 꿈을 키우듯 나도 그렇게 고요한 날들이었으면 싶기도 했다.

특별한 맛보다는 그저 담백한데 먹기도 전에 사설이 길어졌다. 유달리 하얀 노루궁뎅이 버섯을 본 건 처음이고 무엇보다 특이한 이름의 배경이 궁금했다. 필연 나무꾼의 기지였을 터이다. 어느 날 음습한 골짜기 돋아난 솜뭉치 같은 것을 보고는 노루 궁둥이를 연상하며 그런 이름을 붙였을 테지.

그렇게 목격한 나무꾼이 하나 둘 속출했고 다투어 노루궁둥이버섯 운운 했을 것 같다. 노루 털도 누르끄레했으니까. 요즈음 버섯이라고 해야 대부분 재배한 것일 텐데도 뽀얀 빛깔 때문에 잠깐 그런 상상에 빠진 것이다.

볼수록 화려한데도 독버섯은 아니다. 화려한 빛깔이 그 특징이라는 예상을 뒤집는 것 같다. 노루궁뎅이 버섯이 눈부시게 화려한 중에도 훨씬 소박해 보인다면 이미지는 훨씬 담백하고 안정적이다. 우리도 화려한 뭔가를 추구할수록 그 저변에는 소박한 이념을 두어야 할 게다.독버섯을 구분하는 가장 뚜렷한 방법이 빛깔이라는 게 새삼스럽다.

보통 눈에 띄게 화려한 것일수록 독버섯일 경우가 많지만 노루궁뎅이 버섯을 보면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빛깔이다. 이념과 생각은 특별히 높아야겠지만 그런 중에도 소박한 날들일 경우, 터무니없이 설정한 꿈 때문에 실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노루궁뎅이 버섯만 봐도 크게 바라는 것 없이 따스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속에서 꿈을 키운다. 숲속의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 또한 유난히 맑다. 소박한 날들 속에서 꿈을 키우는 거라면 화려한 중에도 분수에 맞는 생활은 괜찮지 않을까.

사치스러운 날들 가운데서 행복의 추구는 그림 속의 태양이 빛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무익한 일이었으나 오늘 먹은 버섯처럼 화려한 중에도 소박한 이미지라면 추구해볼 만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그 버섯은 계속 좋아질 것 같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무기염류기 풍부한 식품이되 내가 끌리는 것은 눈부시게 보얀 빛깔이다. 음식이 눈으로도 먹는다면 눈부신 빛깔은 최상의 식재료다. 여타 버섯보다 유달리 깨끗해 보이지만 혼자 고고한 체 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고답적이고 적당히 수수한 게 그 특징이다. 우리 삶도 나름 품격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하리.

아무튼 버섯은 신이 내린 최상의 음식이다. 그 중 능이와 송이와 표고버섯을 으뜸으로 치는 것도 사실이나 노루궁뎅이 버섯이 맛과 향은 좀 떨어져도 눈부시게 흰 빛깔을 보면 뛰어난 품격을 자랑한다. 알고 보니 새하얀 빛깔 외에도 잿빛과 살구빛 등 다양했으나 눈부신 이미지에 반해서 엮은 한 편 감상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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