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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빛
우리 삶의 빛
  • 음성뉴스
  • 승인 2024.05.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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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선 수필가.
이재선 수필가.

요즘 두유 제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아침에 간편하게 한잔 마시고 나오면 든든하고 단백질 섭취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특히 어려운 과정 없이 콩과 물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30분 뒤에 따끈한 두유를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이 들수록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는 말에 솔깃해서 샀다. 유행에 둔한 편이지만 홈쇼핑에서도 자주 나오는 것을 보고, 주위에서 사용하는 사람도 많고, 또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첫 번째 두유는 실패했다. 사용설명서를 자세하게 읽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덜렁대는 습성이 탈로 난 것이다.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욕심에 꼼꼼히 설명서를 읽어보고 똑같이 해봤다. 첫 작품을 기다리는 배우처럼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생전 처음 맛보는 두유처럼 맛을 음미하며 마셨다. 그런데 뭐가 좀 빠진 듯이 심심하다.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견과류나 소금을 조금 넣으면 더 맛있는 두유가 된다고 했다.

이제는 큰 수고로움을 겪지 않고도 콩국수를 먹게 되었다. 식구 중에 나만 유독 콩국수를 좋아해서 여름에 한 번씩은 꼭 해 먹는다. 콩을 불려서 삶고 믹서에 갈아서 체에 걸러 콩국수를 만드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버튼 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니 여간 마음에 드는 게 아니다. 삶은 소면위에 콩물을 붓고 얼음을 띄우고 오이채를 얹은 콩국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우리 생활에 가전제품이 얼마나 중요한지 필요성을 따져보는 계기가 있었다.

결혼이주 여성들을 가르치다 보니 교재에 가전제품에 대해 나왔기 때문이다.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이 그렇게 많은 줄 새삼 알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본인의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 중에 제일 좋은 것을 꼽으라고 했더니 세탁기와 냉장고, 텔레비전 순이다.

나 역시 그런 것 같다. 내가 결혼 할 때만해도 세탁기 한 대에 세탁과 탈수를 따로 할 수 있게 분리 되어 있었다. 그 시절에는 건조까지 되어 나온다는 것을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요즘은 세제도 옷의 재질에 따라 다르게 나올 만큼 과학적이라 골라서 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돌이켜보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주부의 손을 덜어준 그 시절의 세탁기가 더 고마웠던 것 같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 이야기를 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랄 것 같다. 동네 이장님 댁에 있는 작은 텔레비전 앞에 멍석을 깔아놓고 오는 순서대로 앉아서 극장에서 영화 보듯이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작은 유리상자안에 들어있는 사람이 너무 신기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앞에 앉아 보고 싶어서 엄마에게 저녁을 재촉하다 혼나던 생각을 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요즘은 둘이 사는 집에도 텔레비전이 두 개인 집이 많다.

웃지 못 할 사연은 원하는 프로그램이 다르다 보니 다툼이 생겨서다. 그런데 이 모든 편리함 뒤에는 전기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할 때가 많다. 우리는 전기 덕분에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잠깐만 정전이 돼도 아수라장이 된다. 모든 전기제품에 앞서 전기의 고마움에 대해 깊이 새겨본다.

특히 시골에 살던 사람에게는 등잔불과 촛불이 없어지고 백열전구가 빛을 바랄 때의 황홀감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백열전구를 발명한 사람보다 우리는 더 환호하며 기뻐했다. 시골에서 자랐던 사람은 무한 공감일 것 같다. 불을 켜보고 꺼보기를 반복해 보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두유제조기 덕분에 무엇을 고마워하고 살아야하는지 한수 배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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