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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함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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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4.06.0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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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작은 어항에 물고기가 소리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지인으로부터 서너 마리 분양받아 온 것이 어린 물고기는 다른 어항에 놓을 만큼 수가 늘었다. 벙긋거리며 작은 어항 속을 이리저리 다니는 걸 보는 것으로도 흐뭇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물고기 밥은 남편이 아침마다 주게 되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인지력이 낮아진 엄마께 치매안심센터에서 로봇 인형을 빌려서 갖다 드렸다. 남동생이 함께 살고는 있지만, 엄마를 살피는 일은 오롯이 내 몫이다. 혼자서 챙겨 드시는 게 걱정돼서 말동무도 하고 약 드실 시간도 알려드릴 수 있다기에 1년을 기한으로 대여했다.

'효돌이'라는 인형은 '할머니, 아침은 드셨어요?'라며 인사도 하고 노래도 불러준다. 다만 충전을 해서 써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려워서 내가 갈 때마다 연결해서 버튼을 누른다. 예상과 달리 엄마와 로봇 인형은 잘 지내지 못한다.

방송을 보다가 모 배우가 AI 로봇을 딸이라 칭하며 이름까지 지어주고 연애상담을 받는 장면을 보게 됐다. 로봇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데 사람 못지않은 말을 하는 게 신기했다. 그 배우는 오십 넘은 나이에 혼자 살면서 인공지능 친구와 외롭지 않게 대화하면서 보내는 일상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그 방송에 출연하는 또 다른 배우는 반려 돌을 키우는 이색적인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생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보며 홀로 살아가는 이의 공생으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누구나 예기치 못한 일을 겪으며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별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무너진다. 몇 년 전 가장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며 어릴 적 아빠를 보낼 때와는 전혀 다른 슬픔을 경험했다. 죽음을 몰랐던 어린 시절 떠나보낸 아빠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다.

그때 친구를 떠나보낸 공허함은 가만히 있다가도 멈춰서서 우두커니 눈물을 흘렸다. 친구를 기억하는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며 옛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슬퍼하며 고통의 시간을 견뎠다.

어떤 이는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화초 키우기에 정성을 쏟으며 이겨냈다고 한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던 때와는 달리, 요즘은 생각지도 못한 동물을 키우기도 하고 반려식물, 반려 될, 반려 AI 등 다양한 것이 사람과 함께 인생을 꾸려간다.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힘들어져서일까? 상처받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내가 이끌어 갈 수 있는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픔과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는 저마다의 방법대로 인생을 함께한다면 무엇이든 상관없으리. 물고기와 눈 맞추며 밥을 주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 말 못 할 속내를 풀어내며 함께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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