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돌아 좁다란 골목길
추억이 묻어난 바람이 숨을 쉰다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던 그 시절이
달음박질친다
울타리 안에서
행복과 불행이 키재기하는 사이
담장을 곡예 하는 호박넝쿨과
초가지붕에 매달린 박넝쿨이
아찔하게 세월을 내려다본다
그림자를 길게 늘여
부엌문을 두드리는 노을이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저녁을 익히는 가마솥의 긴 한숨
울컥 눈물이 난다
밥상머리에 뜨다 만 숟가락 내려놓고
흔들리는 세상을 등에 지고 눕는다
구름 속 별들이 숨바꼭질로
비를 부르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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