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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날
설 날
행복의 뜨락
  • 박희남
  • 승인 2012.01.1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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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남 수필가.

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오늘 서둘러 가래떡을 했다. 두루두루 나누어야 할 곳이 많아서 일찌감치 한 것이다. 쌀이 예전처럼 귀하지도않고 남아 도는게 쌀이니 떡이라도 많이 해서 인심이나 쓰자고 생각한 것이다.

4말이나 해서 갖다가 펼쳐놓으니 구수한 떡 냄새가 집안에 그득하다. 떡은 한 가닥씩 떼어서 고르게 펼쳐놓아야 한다. 그렇게 이틀 쯤 굳혀서 썰어야 떡 모양이 예쁘게 잘 썰어진다. 떡을 펼쳐 놓다 보니 어렸을 때 설날이생각이 난다. 그 시절 겨울은 왜 그리도 추웠었는지. 추억속 에 겨울엔 늘 지붕 끝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문고리가 얼어서 손에 쩍쩍 늘어 붙었었고 코를 훌쩍이면 코끝이 얼어있던 느낌이라고 할까. 머리를 감고 들어오면 금새 빳빳하게 얼어있었고 빨래를 널어도 금방 얼어서 지나다가 빨래에 부딪히면 한대 얻어 맞은것 처럼 얼얼하니 아팠었다. 어렸을적엔 설날만 가까워오면 왜 그리 좋았었는지 가슴 설레며 손가락을 꼽아가며 설날을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작은 설날은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안 자려고 안간힘을 써가며 기다리던 설날. 왜 그렇게 설날을 기다렸을까를 지금 생각해보니 설날이면 먹을게 많아지고 또 평소에는 얻어 입지 못하는 새 옷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

아니면 나이 한살 더 먹는게,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어간다는 게 좋아서 그렇게 설날을 기다린 건 아니었을까 ? 나는 두 가지 다 좋아서 그렇게도 설날을 기다렸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설날이 돌아오면 걱정이 먼저 앞선다. 음식 장만은 어떻게 해야하나 선물은 어떤 걸 준비해야 될까 양가로 많은 조카들 세뱃돈은 또 얼마를 준비할까 내가 어렸을 때는 세뱃돈이란 것이  없었다.

그냥 당연히 부모님을 비롯해서 마을의 어른들께는 세배를 드리는게 도리이고 예절이라고 생각해서 차례가 끝나고 나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마을 어른들께 세배를 했다. 그러면 그저 덕담 한마디 해주시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게 고작이었는데 요즘의 아이들은 공경의 마음을 담는 것도 물론 있겠지만  제사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다는 말처럼, 세뱃돈에만 마음이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씁쓸해진다.

설날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끼리 세뱃돈으로 얼마 벌었느냐가 화제거리이고 적게 받은 아이들은 자존심까지 상한다고 한다. 세배를 받는 어른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요즘 5만원권이 나오면서 더 부담이 커졌다고들 하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2012년 설날을 일주일 앞둔 오늘, 올해의 설날은 모두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설날이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슬픈 사람, 아픈 사람,  모두모두 따뜻한 떡국 한 대접에 모든 시름 다 말아서 삼켜버리고 사랑과 웃음이 가득한 그런 설날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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