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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어느날 갑자기
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2.04.05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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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이른 아침에 누군가 급하게 현관문을 두드렸다.문을 여니 아파트 동대표다. 무슨 일인가 물으니 잠깐 내려와 봐야겠다고 한다. '왜요?'라고 되묻는데 순간적으로 불길한 느낌이 스쳤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집 승용차가 사고가 났단다. 출근 길에 누군가 사고를 냈다고 하길래 우리 차는 아닐거라고 했다. 외부가 아닌 지하주차장에 벽으로 칸칸이 막아져 있는 곳에 안전하게 주차했으니 사고가 날 수 없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다른 집을 우리집으로 착각한건 아닌가 반문하니 맞는단다. 갑자기 멍해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급하게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되어 있는 차를 보니 이게 무슨 일인가.

어젯밤까지 멀쩡하던 차가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다. 범퍼와 헤드라이트는 물론이고 엔진쪽 보닛까지 찌그러져 중심을 잡지도 못하고 벽에 기댄 모습이다. 오늘 아침 출근하던 다른 차가 지하에서 경사면을 올라가다가 뒤로 밀려 그리 되었단다. 하지만 납득할 수가 없었다.

경사면에서 미끄러졌어도 출구 초입에 세워둔 것도 아니고 칸이 아닌 벽 쪽에 일자로 주차된 차량도 있었기에 이해할 수 없는 거리였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한 후 경비실로 가 CCTV를 확인하였다.

사고 가해자는 경사면을 올라가다 미끄러졌다고 했는데, 확인 결과 사고 차량이 직진으로 가다가 갑자기 후진해서 우리 차를 들이 받고 튕겨 나가듯 맞은편 벽에 부딪치며 정지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눈 앞에 벌어진 모습은 현실이었다.

구난차가 와서 꺼낸 차량은 더욱 처참했다. 운전석 앞바퀴도 빠져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니 사고 당시 충격이 무척 컸는가 보다. 무생물체인데도 사고 차량을 보니 순간적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십년을 넘게 탔지만 큰 사고도 없었고 늘 함께 하는 이동수단이 되어 주었기에 정도 많이 들었다.

노후된 차량이라 교체를 생각해 보기도 했었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그렇게 어제까지는 편안한 이동 수단이었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폐차하려니 안타까움이 더 컸다.인명 사고는 없어 가해자 측에서 차량 가격만 보험 처리하면 아무런 책임은 없단다. 십년이 넘은지라 차량 가격도 저렴했다.

우리 차가 끝까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더 서운했다. 오랜 시간 아낌없이 봉사했는데 허망하게 떠나보낸 승용차. 언제고 헤어질 인연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타의에 의해 폐차장으로 향했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사람이고 물건이고 정들면 쉽게 버리지 못하는 내 성격 탓이려니 하면서도 내내 마음 한 켠이 허전했다.

하지만 그렇게 아쉬워하면서도 난 기다리지 못하고 어느새 새 자동차를 구하러 다녀야 했다. 이건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같은 내 이중성은 아닐꺼라 위로해 본다. 헤어짐은 늘 아쉽다. 어느날 갑자기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아쉬움이 더 크다. 미련일까 그리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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