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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꿈
파랑새의 꿈
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2.06.14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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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다문화 가정에 한국어 수업을 갔다. 공부를 시작했는데 학습자가 집중을 하지 않기에 이유를 물어보니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요즘 걱정이 많아 밤에 잠을 못 잤기 때문이라고 어설픈 한국어로 말한다. 아프다는 학습자를 데리고 억지로 공부를 할 수도 없어 다른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방문 교육은 교재를 통한 한국어 학습과 가족상담, 기타서비스가 포함된다. 한국어 교육은 어휘와 문법, 화용, 그리고 한국 문화를 지도한다. 가족상담은 가족 관계나 자녀양육, 체류 및 법률적인 문제와 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이 제공된다.

오늘 학습 대상자는 교재 학습보다는 나와 대화하기를 더 즐긴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도 한국어 공부인지라 오늘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되었다. 낯선 나라에 와 살면서 가족들과 의사소통이 안되니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또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니 심심하다고 한다.

한국에 오면 바로 직장에 다녀 친정 부모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단다. 하지만 집에만 있으니 가족들에게 도움을 못주게 되어 미안하고 걱정스런 마음만 커져 잠도 안오고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고향에서 처음 맞선을 볼 때는 두려움과 무서움이 많았단다.

외모만 보고 성격이 어떤 사람인지 평가할 수 없었고 경제적으로 어떤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언어 소통도 안되니 모험을 하듯 갈등도 많았을거라 짐작이 되었다. 그런 고민들을 혼자 삭히는 속 깊은 마음도 보이는데 남편에게는 자주 투정이 될까봐 괜한 걱정도 되었다.

아직은 언어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남편과 가족들의 불편함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 안타까움도 컸다.다문화 가정의 결혼이주 여성들을 보면서 전래 동화 속 심청이를 떠올렸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친정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그녀들은 자신의 행복보다는 친정 가족들에 대한 헌신과 염려가 더 크다. 그렇기에 가족들의 행복을 찾아 줄 파랑새를 잡으러 먼 이국땅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맏이라서 더욱 부모님을 도와야 한다는 착한 마음씨가 전해진다.

순수한 눈빛을 보니 나 역시도 비슷한 또래의 딸아이가 있기에 남 같지 않은 마음이 들어 애처로웠다. 삶을 살아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녀가 지금 겪는 감정의 혼란을 통과의례로 끝내고 하루 빨리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어차피 삶이란 혼자 엮어내는게 아니지 않던가.

현재 가족들의 사랑과 이해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또한 그녀의 효심이 친정에만 머물지 않고 앞으로는 시부모도 잘 모실 수 있을거라 믿는다. 남편은 물론이고 시부모님들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어도 빨리 배웠으면 좋겠다.

그 역할의 일부를 담당하는 것은 내 책임이다. 갑자기 내 어깨도 무거워진다. 때로는 함께 웃고 울며 이웃이 되었고 삶의 인연이 되었다. 그녀가 남편과 함께 파랑새의 꿈을 이루기를 간절히 바란다. 파랑새는 늘 가까운 곳에서 날아다니는 것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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