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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속도
행복의 속도
행복의 뜨락
  • 한기연
  • 승인 2012.06.26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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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바람이 시원하다. 달리는 차안에서 창문을 열어 두니 가을 바람이 불어 오듯 상쾌하다. 일을 마치고 여유가 생겨서 남편과 드라이브를 나온 길이다.

남편은 시골길을 달리며 산과 나무와 풀, 집을 보는 것을 즐겨한다. 혼자 가기는 싫어하고 꼭 나와 함께 가기를 바래서 할 일도 많은데 자꾸 드라이브를 가자고 조르는 남편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급기야 부부싸움을 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 남편이 신경성으로 인해 건강이 조금 안 좋아지면서 내가 남편에게 맞춰주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들둘이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이제는 부모가 끌고 오는 대로 끌려 오지도 않았고 자식에 대한 욕심을 조금씩 놓게 되면서 남편과는 더욱 정이 깊어져갔다.

아이들 몰래 둘이만 놀러 갔다 오기도 하고 영화를 보러가기도 하고 이곳 저곳을 함께 돌아 다녔다. 미타사 옆길에 있는 우리논도 둘러 보고 시골집을 들렀다. 아이들 때문에 읍내로 이사온 후 시골집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집을 지키고 있다.

강아지밥을 주러 매일 시골집을 간다.반갑게 맞아주는 흰솔이와 얘기를 나누고 우편물을 챙겼다. 정기간행물이거나 납부고지서가 대부분인 우편물 사이로 엽서 몇 장이 보인다. 1년 전 이맘 때 기억이 사진처럼 찍혀 있는 엽서를 보면서 그 날의 나를 떠올려 본다.

작년 설성문화제 행사에 갔다가 우연히 '느린 엽서쓰기' 체험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엽서에 짧은 글을 써서 받는 이의 주소와 이름을 쓰면 1년뒤에 배달을 해 준다는 행사였다. 1년뒤에 받아 볼 수 있는 엽서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친구에게 엽서를 남겼다.

함께 간 큰아들에게도 엽서 한 장을 쓰라고 하였다. 1년 전에 아들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용돈 좀 올려 달라'는 내용의 엽서를 내게 보냈고, 나는 남편에게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서로 사랑하며 살자'는 엽서를 썼다.

엽서를 읽으면서 지난 일년 동안 살아온 가족의 모습과 지금 현재의 가족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정말 한 해 동안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다. 누구보다 정직하게 살아 온 시간 속에서 남편이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을 다쳤고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그런 계기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면서 손잡고 이 시간까지 함께 왔다. 1년이 지났다.과거의 내가 보낸 엽서 한 장을 보면서 때로는 느린 것이 지금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앞으로 1년 뒤 모습을 꿈꾸며 진실된 마음을 가득 담아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엽서를 써야겠다. 벌써부터 하루 하루를 천천히 달려 1년이라는 속도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해 줄 행복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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