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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머니 까막눈에서 시인으로
시골 할머니 까막눈에서 시인으로
음성군 평생학습 한글 배우기 동아리
  • 음성뉴스
  • 승인 2013.12.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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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배우기 동아리 할머니들이 자신들이 쓴 시화전을 감상하고 있다.

음성군 평생학습 문예학교 한글 배우기 동아리에서 난생처음 글을 익힌 시골 할머니들이 삶의 여정을 녹여내 쓴 시로 전시회를 열어 화제다.

화제의 인물은 음성군 평생학습 문예학교 한글 배우기 동아리에서 까막눈을 탈출한 할머니 9명이 2일부터 음성군청 1층 로비에 창작시 14점을 전시 중이다.

글씨는 삐뚤고 오자도 간혹 눈에 띄지만 시 속에 녹아 있는 희노애락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입가를 귀에 걸리게도 한다.

한글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할머니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글을 배우기란 언감생심이었다. 이름 석 자도 쓸 수 없어 평생을 답답하게 살았지만 이젠 예쁘게 쓰진 못해도 글을 읽고 쓰는 경지에 이르렀다.

할머니들의 한글 배우기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균 연령이 75세를 넘긴 할머니들은 한글교실이 열리는 날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글 배우기에 열정을 쏟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고 불편한 몸도 배움에 대한 욕구를 가로막지 못했다.

이번 전시회에 ‘옛날 옛적에’란 시를 출품한 최고령인 한금례(83) 할머니는 14줄의 짧은 시에 인생을 담아냈다. 시집오면서 살았던 얘기를 비롯해 먼저 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옮겼다.

‘정월스므날에 혼인했지 / 처마골 시댁에서 / 죽산 오뱅이로 첫 살림났어 / 신랑이 착했어 / 일년에 쌀 네가마 받고 / 머슴 살어서 / 논 열다섯 마지기나 장만했다우 / 아들딸 오남맨 낳구 / 재미졌는데 / 뭐가 그리 급한지 먼저 갔어 / 애들 시집 장가 다 가고 / 손주들이 수북 혀 / 아푸지 말구 살다가는 거이 / 그게 원이지 뭐’

손숙이(71) 할머니는 ‘내 신랑 최고’란 제목의 시를 통해 한글을 배우도록 도와준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배움의 기쁨을 한 편의 시에 담았다.

‘엇그제 시집온 것 같은데 / 칠십이 넘었네 / 한글공부 챙피한데 / 남편이 밀어줬어 / 이제는 편지도 쓰고 / 주소도 알지 / 일주일에 몇 번 / 함께 모여 웃으니 / 치매 예방도 되네’

한글동아리 안창길(67.여) 강사는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이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하신다”며 “앞으로 희노애락이 녹아있는 시를 책으로 엮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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